연구로 규제, 안전인가 세금 낭비인가

연구로 규제, 안전인가 세금 낭비인가

연구로 규제, 안전인가 세금 낭비인가

과도한 규제로 인한 세금 낭비를 개선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 및 규제 정책 전문가 칼럼 | 2026년

원자력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동일한 잣대로 재는 것이 과연 진정한 안전일까. 한국의 대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HANARO)’를 둘러싼 규제 현실을 보면, 이 질문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하나로는 출력 규모가 상용 원전의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하고, 1차 계통 압력은 대기압 수준이며, 잔열도 미미하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영향 범위는 풀(pool) 안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구로 안전 기준(SSR-3)에서 명확히 ‘Graded Approach(차등접근)’를 강조한다. 위험도에 비례해 규제 강도를 조정하라는 것이다. 미국 NRC는 연구로를 ‘Non-Power Reactor’로 별도 분류해 검사 빈도와 서류 요구를 크게 완화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원자력안전법은 연구로 허가와 운영 규정을 상용로 규정에 준용하도록 설계됐다. 10년 주기 주기적 안전성평가(PSR)에서는 최신 기술기준 미반영, 콘크리트 앵커 설계 변경 영향 분석 등 기술쟁점이 도출되고, 자동정지 사건 하나에도 KINS 전문가가 긴급 투입된다. 이는 상용 PWR에서 대형 방사능 방출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를, 잔열이 작고 압력이 낮은 연구로에 그대로 들이대는 셈이다.

“요구사항의 적용 정도는 시설의 잠재적 위험(hazard potential)에 상응해야 한다.”
— IAEA SSR-3 (연구로 안전 기준)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형식적으로는 KAERI 등 사업자 부담금이지만, KAERI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고, KINS 운영 예산 상당 부분이 국고와 연계된다. 결국 국민 세금과 전기요금으로 이어지는 공공 부담이다. 불필요하게 세밀한 심사, 반복 검사, 과도한 서류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은 연구 활동을 지연시키고, 국가 R&D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는 명백한 세금 낭비다.

물론 안전을 소홀히 하자는 말이 아니다. 연구로도 방사선 취급 시설인 만큼 기본 안전 기준은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도가 현저히 다른 대상을 동일한 규제 틀에 가두는 것은 ‘과잉 안전’이자 ‘비효율’이다. 후쿠시마 이후 강화된 보수적 규제 문화가 연구로까지 과도하게 확대된 결과, 국제적으로는 연구·개발을 장려하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은 규제 부담으로 연구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IAEA 권고대로 연구로에 진정한 Graded Approach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출력·압력·잔열 규모에 따라 안전등급, 검사 주기, PSR 범위를 차등화해야 한다. 최근 일부 완화 조치(안전무관 정지 보고 면제 등)가 긍정적이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원안위와 국회는 연구로 규제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안전은 최우선이지만, 안전을 빙자한 과잉 규제는 또 다른 낭비다. 연구로를 연구의 장으로 되돌리고, 세금을 더 생산적으로 쓰는 것이 진짜 국민 안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 본 칼럼은 원자력 안전 규제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으로, 사실에 기반한 분석입니다.

댓글